숙소인 인터콘티넨탈 부다페스트는 세체니 다리 바로 옆이니까 위치로는 최고. 그나저나 예전에는 돈이 아까와서 방에 비치된 음료수는 손도 안댔는데 이제는 나가서 사오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콜라며 물이며 마구 마셔버리고 있다. 그래도 관광이나 하며 보내기에는 3일은 너무 길었기에 여기저기 물어봐서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 Pannonia 골프장에 가서 18홀을 쳤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꽤나 괜찮은 골프장이던데 그린피며 식당의 음식값이며 상상밖으러 저렴해서 부다페스트에 대한 인상이 갑절로 좋아져버렸다.
그래도 먼 동네까지 왔으니 사진은 몇장 찍고가야지 싶어 유명하다는 스팟들, 세체니 다리를 건너 부다바리 언덕을 올라 (헉헉~) 어부의 요새로부터 마차시 성당과 왕궁을 보았고, 쭈욱 돌아서 다시 페스트 지역으로 와서 성이스트반 성당까지를 돌았다. 이렇게 걸으니까 한 세시간은 지나가버린다. 오늘의 걸음 목표 달성.
골프장이 싸고 좋았다는 인상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은 3일간의 부다페스트. 이제 나도 늙었나보다 그딴 생각만 갈수록 드니까 한심하기도 하다. 다리아픈줄 힘드는줄 모르고 싸돌아다니는 젊은 한국인 여행객들을 여기서 많이 보게되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유럽 5개국 몇박" 식의 단체여행객들이 하루 들렀더 가는 동네고, 솔직히 유명한 관광지만 보려면 한나절로 충분한 도시인데 (야경이 유명하지만 더 멋진 유럽 도시가 얼마나 많은데) 싼 물가와 (그린피도 싸고...)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어디를 가나 격에 맞는 서비스가 있는 도시라 나는 부다페스트가 맘에 들었다.
야경이 유명한 도시인데 버스타고 다니는 단체여행객들과 비엔나 아니면 프라하에서 기차로 잠깐 찍고가는 배낭여행객이 많아서인가 낮에는 저렇게 바글바글한데 정작 밤이 되면 썰렁해진다. 내가 (일로 오는 거 아니면) 다시 부다페스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겠나 싶은데 대단한 기대를 품지 않고 음식과 와인을 찾아 힐링하러 온다면 그럭저럭 납득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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