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도 되고 그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만도 즐거웠던 몇년전쯤에는 일과를 마치고 허겁지겁 공항으로 가는 그런 출장 (여행?)이 힘들지 않았다. 길게 줄이 늘어선 일반석 카운터를 흘깃 쳐다보며 프레시티지석 (지금은 일등석) 카운터를 향해 걷는 기분도 괜찮았고, 생전 다시는 못와볼까 면세점에서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지나쳐서 라운지 구석자리에 노트북을 펼쳐놓는 내 모습은 스스로 생각해도 우쭐해지는 장면이었다. 친절하게도 옆자리를 비워준 비즈니스석에 앉아 밀린 논문을 정리하느라 잠 한숨을 못자도 피곤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비행기 저쪽 자리에서 내내 코를 골며 자는, 아니면 영화보고 술마시고를 반복하며 십여시간을 허비하던,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아마도 골프장으로 사라졌다가 저녁에 한식집에 나타나 소주를 따라마시던, 그 한심해보이던 선배들이 이해되는 나이로 접어들었다. 이런 나에게 겉으로는 예의바르게, 그러나 속으로는 왜 그러고 사셔요? 그러고 있을 후배들에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런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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