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마다 거점으로 삼는 공항이 있는데 미국의 도시로 가려면 (직항이 아니라면) 가령 유나이티드는 샌프란시스코, 델타는 아틀란타나 디트로이트를 거치게 된다. 인천공항에서 플로리다의 올란도를 가려니 뉴욕이나 아틀란타를 거치는 대한항공은 비즈니스석이 거의 7,8백만원이고, 유나이티드나 델타를 타면 2,3백만원이면 (정상가는 물론 아니고 프로모션이겠으나) 된다. 미국 항공사의 이코노미석은 거의 사람을 짐짝으로 취급하지만 비즈니스석은 어떤 면에서는 국적사보다 나은 면도 있고, 더구나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가격이면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인천공항 탑승동에서 디트로이트행 DL158 비행기를 타니 늘 꽉꽉 채워가는 국적사 항공기와 달리 널럴하고 편해보이는 좌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비스듬하게 배치되어 안쪽과 복도쪽 자리의 구분이 없는 좌석은 워낙 거대해서 비즈니스석으로만 한 층을 채우는 대한항공 A380이나, 완전한 수평이 되지 않아 뭔가 불편한 그런 미끄럼틀 좌석과는 다르다. 사실 장거리 항공기에서 편한 잠자리와 때맞춰 나오는 식사 이상을 바라면 실망만 남는 법이다. 그래도 마치 손님이 바글바글한 고기집에서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손님들 서빙에 어쩔줄을 몰라하는 종업원에게서 느껴지는 안타까움, 그래서 물 한 잔 달라기도 미안해지는 그런 감정을 수백만원씩 내고 타는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맛보고싶지는 않다.


어차피 한식은 국적기와 다름없이 그럴싸하게 나오고, 아침식사로 죽보다는 씨리얼이 더 내 취향에 맞기도 하다. 기대치가 크지 않으니 편안한 좌석과 음식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느 미국의 관문들과 마찬가지로 입국수속과 짐 찾아서 다시 부치는 지루한 시간은 마찬가지 (골프백이 oversize 화물 나오는 쪽으로 나오나 한참을 기다렸는데 일반 화물과 함께 나오고, 또 Sky Priority 승객의 짐은 또 나오는 곳이 다르더라). 시간은 여유로왔지만 미시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잠깐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겨우 피우고는 (디트로이트 공항이 아틀란타에 비해 떨어지는 유일한 이유는 흡연실이 없다는..) 다시 올란도로 가는 DL2028에 올랐다. 


디트로이트에서 올란도까지는 MD-90 국내선이라 비즈니스석이라도 조금 넓은 좌석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 델타항공으로만 왔더니 공항에서 터미널을 옮겨다니느라 고생도 덜 하고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에 비해) 4,5백만원의 차이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의 얘기이고, 연착이나 짐이 사라지는 등등 문제가 생기면 말이 통하고 무리한 요구도 웬만하면 들어주는 국적항공사의 진가가 드러나겠지만.. 아무튼 앞으로도 국적기 이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땅콩항공의 분발을 기대한다.


여차저차해서 올랜도 공항에 도착해서는 렌터카를 빌려서 첫 숙소인 Bohemian Hotel Celebration으로 갔다.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가랑비도 부슬부슬 내리지만 마음이 확 틔이는, 언제라도 들뜨는 동네다.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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