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되었나 모르겠지만, 원래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 20대 이전에는 정말 앞일 걱정없이 살아왔던 것인데 아무튼 지금은 무얼 해도 미리 계획라고 그대로 일이 돌아가주지 않으면 마구 불안해진다. 전에도 적었듯이 주차장에서 맨날 세우던 자리에 다른 차가 있으면 기분이 상하고, 공항에서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라운지에서 편하게 기다리다보면 때되면 불러주는데도 그냥 미리 게이트 앞까지 가서 있어야 맘이 편하다.


이렇다보니 늘 나만 피곤하다. 혼자 다니면 몰라도 누가 같이 다니려면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동반자에 실망도 가끔 느끼고, 몸이 피곤하면 왜 나만? 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에 대만에서 미팅으로 일박이일 여행을 가기로 해놓고는 갈아입을 옷도 없이, 가방도 없이 그저 여권과 지갑, 핸드폰만 챙겼다. 그래도 자꾸 네이버에서 "타이페이 맛집" 어쩌고를 검색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찾아간 고궁박물관 옆의 식당 (차라리 스린 야시장을 가볼걸..ㅠㅠ).


2시간 비행에 비지니스 클래스라도 그냥 지친다. 좁아터진 비행기 화장실에도 그냥 짜증이 났다. 나중에는 정말 이런 여행 말고 그야말로 아무 계획도 없는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목적지도 교통편도 가면서 정하는 그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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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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