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서 겪고 보고 듣고 했는데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정부나 병원이나 국민들이나 모두 이런 예상치 못한 재난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대체 본 적도 없는 병에 미리 방비한다는 것도 불가능이겠으나 이후의 전개를 보면 다 엉망인데 할 수 있는 것을 못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저 역부족이었을 뿐이다.
텅텅 비어버린 병원의 모습과 주위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들 모두 낯설다. 세월호 선장까지는 너무 나간 얘기겠지만 먼저 탈출해서는 가라앉는 배를 무대책으로 바라보는 그런 심정? 나 하나만 믿고 있을 몇몇 환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 같아 마음이 갑갑하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여론의 뭇매에 분노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사태의 시작에서부터 뭔가 모르게 불안했던 그 느낌이 점점 현실로 되는 것을 보면서 그러면 그렇지 이러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처음에는 별거 아닐 거란 말을 믿었고 (나도 주변에 그렇게 얘기하고 다녔고), 나중에는 억울했고, 지금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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