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는 게 어때요?" 동료나 가족이나 다 그렇게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까지 가서 고작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바로 다음 주의 이야기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의 회의에 참석 요청을 받고는 비행편을 알아보니 애틀란타 경유로 가는 데에 꼬박 하루, 오는 길도 그 정도는 걸릴 상황이었다. 회의의 전후로 하루 정도는 더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토요일에 한국에서 또 일정이 있다.

아무튼 나는 수요일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가서는 애틀란타 행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비즈니스석으로도 장시간의 비행은 불편하니 예전에 이코노미 타고는 어떻게 다녔나 모르겠다. 그래도 피곤했던 탓인지 13시간의 비행은 비교적 빠르게 지나갔고, 무엇보다도 애틀란타 공항에는 흡연실이 있다.

마이애미라고는 하지만 회의장소인 호텔은 공항 바로 옆이었으니 교통이 편해서 좋았다고 해야할런지 기껏 거기까지 가서는 바다구경도 못하는 것에 아쉬워야 할런지.. 그러고 보니 미국 입국심사장의 직원은 마이애미에서 하룻밤 자고 온다는 말을 듣고는 너 참 불쌍하게 사는구나 그런 표정을 지었었다. Hilton Miami Airport 호텔은 어떻게 힐튼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같은 계열의 Hampton Inn 정도의 수준이었다. 냄새나는 카펫 바닥에 조식도 미국 모텔의 수준.

그래도 오후 늦게 도착해서는 근처의 Dolphin Mall에 가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울렛은 멀리 있으니 가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냥 쇼핑몰 구경이나 하고,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디자이너 브랜드는 별로 들어와있지 않고 대신에 싸구려 옷가게인 Marshall's, Ross, Burlington 등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여기 TJMAXX에는 중고 타이틀리스트 골프공도 판다.

쇼핑한다고 돌아다닌 덕택에 푹 잤고, 다음날 회의에서 듣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때우고는 다시 뉴욕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마일리지는 좀 쌓았는데 그밖에는 내가 왜 여기까지 다녀가는지 회의에서는 뭔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지 의문이 드는 4일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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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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