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도나도 면식수행 어쩌고 하면서 평양냉면집 순위를 따져가며 먹으러 다니는 게 유행이다 싶은데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 장충동의 평양면옥이다. 평양냉면집 중에서도 최고로 닝닝하고 심심한 맛인데 소위 냉면 매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치 "맛이 없을수록" 제대로 만든 평양냉면인 양 여겨지기 때문에 평양면옥이 최고이고, 육수맛을 찾는 사람은 저질 입맛을 가진 것처럼 되어버렸다 (아래의 사진은 구글에서 찾은 것임).


그런데 나는 평양냉면의 맛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다. 평양면옥은 장충동의 경동교회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데 나는 아기세례를 그 교회에서 받은 이래로 꽤나 오랜 세월을 일요일마다 그쪽 동네로 다녔던 것이다. 게다가 나름 미식가셨던 아버님 덕택에 예배가 끝나면 늘 맛집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먹었고, 평양면옥도 아주 어려서부터 가보곤 했다. 실은 평양면옥의 위치는 지금보다 더 뒷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아주 자주 가지는 않았던 것이 냉면을 매우 좋아하셨던 우리 부모님들도 우래옥이나 을지면옥을 가면 갔지 평양면옥은 끼니를 때우는 수준 이상으로는 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양면옥과 비슷한 맛인데도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흥행에 실패한 곳으로 평양에서 직접 운영했던 옥류관이 있다. 지금도 서울 어딘가에 점포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타고 여러곳에 가게를 열었다가 닝닝한 맛의 냉면 그대로를 팔았던 탓에 처음에는 북한식당이라고 신기한 마음에 찾았던 고객들에게 이게 대체 뭐야? 그런 싸늘한 반응만을 남긴 채 하나둘씩 문을 닫았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은 옥류관 냉면에는 나름의 "맛"이 있었다). 그 스타일이 이제는 뭔가 아는 사람들이나 먹는 그런 수준높은 냉면으로 팔리고 있고, 새로 생기는 식당들마다 어떡하면 더 밍숭맹숭한 맛을 낼까 고민하는 듯하다. 평양면옥의 냉면값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히는데 (맛이 없고) 가격이 비쌀수록 사람들은 더 열광하는 모양이다.

나도 일찍부터 냉면을 좋아해서 어디 타지에 놀러든 일로든 가면 지역에서 특색있는 냉면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인데 장충동 평양면옥은 나름의 별미일 수는 있으나 언론에서 칭송받는 것처럼 최고의 냉면은 아니라고 본다. 가끔 가서 보면 젊은 연인들끼리 와서는 부푼 기대로 냉면을 시키고, 이게 대체 무슨 맛이지? 표정을 짓다가도 TV의 미식기행 프로나 어디어디에서 선정한 최고의 평양냉면 어쩌고가 적힌 신문기사가 커다랗게 인쇄된 벽면의 포스터를 보고는 그래 이 맛이야 우리는 지금까지 조미료 범벅인 냉면맛에 속아왔던 거야 그런 흡족한 표정을 억지로 짓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기가 막힌다.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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