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도나도 면식수행 어쩌고 하면서 평양냉면집 순위를 따져가며 먹으러 다니는 게 유행이다 싶은데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곳이 장충동의 평양면옥이다. 평양냉면집 중에서도 최고로 닝닝하고 심심한 맛인데 소위 냉면 매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치 "맛이 없을수록" 제대로 만든 평양냉면인 양 여겨지기 때문에 평양면옥이 최고이고, 육수맛을 찾는 사람은 저질 입맛을 가진 것처럼 되어버렸다 (아래의 사진은 구글에서 찾은 것임).
평양면옥과 비슷한 맛인데도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흥행에 실패한 곳으로 평양에서 직접 운영했던 옥류관이 있다. 지금도 서울 어딘가에 점포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남북화해의 분위기를 타고 여러곳에 가게를 열었다가 닝닝한 맛의 냉면 그대로를 팔았던 탓에 처음에는 북한식당이라고 신기한 마음에 찾았던 고객들에게 이게 대체 뭐야? 그런 싸늘한 반응만을 남긴 채 하나둘씩 문을 닫았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은 옥류관 냉면에는 나름의 "맛"이 있었다). 그 스타일이 이제는 뭔가 아는 사람들이나 먹는 그런 수준높은 냉면으로 팔리고 있고, 새로 생기는 식당들마다 어떡하면 더 밍숭맹숭한 맛을 낼까 고민하는 듯하다. 평양면옥의 냉면값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히는데 (맛이 없고) 가격이 비쌀수록 사람들은 더 열광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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