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카테고리 없음 2015. 12. 13. 14:47
성인이 되고부터 제일 싫어하는 일중에 하나가 회식이었는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든지 당직을 자처하든지 해서 요리조리 빠지는 것이 내 장기가 되었는데 연말의 송년회는 결국 웬만하면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고역이었다. 나이가 들기도 했고, 세상이 바뀌어서 술을 그렇게 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된 요즘에서야 그럭저럭 분위기나 맞춰주러 나가곤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누구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참석을 결정해야만 하게 되었다. 가끔 내가 제일 연장자가 되는 자리에서는 한 말씀 하셔야죠? 내지는 건배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선배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쪽으로 미루면 되니까, 오히려 내가 선수를 쳐서 형님 건배사 안하세요? 이러면 된다. 사람들 모아놓고 말하는 거 좋아하는 선배라면 완벽하다.

학창시절부터 모임을 잘 주도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지만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싫다. 그저 나는 informal한 자리에서 밥이나 먹으며 얘기를 나누면 좋겠는데 자꾸 무슨무슨 이름이 붙는 모임에 나갈 상황이 만들어진다. 후배들 모인 자리에서 분위기를 내가 띄워야하는, 내게 그런 역할을 은근 기대하는 식도 정말이지 별로인데 너무 아저씨들 모임 티가 나지 않는가? 내가 아저씨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아저씨 소리가 듣기에 좋은 아저씨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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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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