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카테고리 없음 2015. 12. 30. 17:20
내 대학생 시절에도 소위 "배낭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런 여행의 붐에서 살짝 비켜져 있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1989년에 되었고, 당시에 나는 이미 의대 본과에서 앞가림하기도 바쁜 상황이라 후배들이 방학이라고 유럽에 배낭여행을 가니 어쩌니 해도 그런가보다 했었다. 나라고 뭐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이 없었겠냐마는 그저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시절이다. 인턴 시절에 당직실에서 몸은 지쳤으나 잠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읽다 버려둔 한비야의 책을 읽게 되었으니 나도 해볼까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참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다행이었다.

최근에 후배들이랑 얘기하다가 자기네들도 한비야의 책에 감화되어 인도나 남미, 중동 등지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둘이 아니었다. 여자 혼자 다녀왔다고도 했다. 한비야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는 그 루트를 따라 답습했다고 한다.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로구나" 하고 말았지만 다들 당시에는 원래 이런가보다 정도였지 대단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무모함이 젊음 아닐까 싶다.



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목적지 공항에 도착해서는 택시나 렌트카를 타고 호텔에서 잔다. 그래도 이것도 여행이다. 나보다 더 나이먹고도 힘든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이지만 그게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말처럼 나이먹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젊어서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디에선가 조직이 망해가는 몇가지 징후 뭐 그런 제목의 글을 읽었던 생각이 떠올라서 나도 그냥 무모한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졌다.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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