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의 반대가 적당히는 아닐 것 같은데 정확하게 뭐가 떠오르지를 않아서 제목을 저따위로 붙인다. 만화 미생의 2부가 시작된 것을 몰랐다가 그간의 발행분량을 몰아보는 중인데 암튼 40대 중반의 한국남자라면 (금수저니 흙수저니 해도) 다 속에서 뭐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으리라 믿으며 본다. 요즘 내 상황이 딱 그런데 격변하는 주변환경 속에서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이거 뭐라도 더 해봐야하는 것 아니야? 그랬다가도 얌전히 있으면 중간은 갈거야 이런다. 공이 놓인 라이가 나쁘고 앞에 해저드가 있으면 그린을 바로 노리지 않고 돌아가는 편이 (비록 버디는 포기하더라도) 더블, 트리플 보기를 면하는 상책이다. 이런 게 심리학에서는 손실회피 (loss aversion)이라고 한단다.
반대로 행동편향 (action bias)라는 이론도 있다. "남자라면 못먹어도 고~" 이런 식으로 해저드 너머 200 야드 지점의 그린을 향해 우드를 빼어드는 것이다. 설사 잘 맞았더라도 몇미터 짧아서 벌타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도 도전했다는 우쭐함은 남을 것이다. 미생에서의 얘기처럼 돈받는 만큼만 일해야지 했다가도 그렇게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비참해서 일에 나를 얹는다. 아무튼 지금의 내 자리는 내가 아니었더라도 그냥 잘 돌아갈 것이다.
몇달만에 다시 홍콩에 왔는데 하룻밤만 자고 회의하는 그런 일정인 것도 한심한데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디아이싱한다고 세시간, 홍콩공항에서도 한시간 연발을 겪으니 이렇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넋두리가 절로 나온다. 그냥 별 소득도 없이 이리저리 열심이기만 하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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