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Gilmour

카테고리 없음 2016. 3. 28. 15:26

전설이 되어버린 "The Wall" 앨범을 끝으로 (이후 로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던 "The Final Cut"이 나오긴 했지만) Roger Waters와 갈라선 Pink Floyd의 나머지 멤버들은 그 이름을 유지하며 활동을 계속했는데 내 취향을 말하라면 "Roger Water의 곡, David Gilmour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David Gilmour가 작곡한 노래들은 좀 심각함이 떨어지는 블루스 내지는 팝이고, Roger Waters의 목소리는 반대로 너무 심각하다. 아무튼 삼십몇년동안 핑크플로이드의 팬이었던 내 느낌이 이렇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 Roger Waters가 "In The Flesh" 순회공연의 일정으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했을 당시 나는 가보기는 했으나 세살짜리 아들을 데려간 바람에 'Comfortably Numb'의 기타 솔로를 뒤로 하고 귀가했던 적이 있다. 2012년에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도 Roger Waters가 펜웨이파크에서 공연을 하는데 티켓이 3-4백불이나 하니까 (돈이 없어서) 가보지 못했었다. 그러다보니까 이러다가 이들의 라이브를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미 70대 할아버지인 것이다. 그래도 Roger Waters와 David Gilmour는 (비록 따로따로지만) 여전히 공연을 다닌다. 3월 마지막 주에 미국 LA에서 회의가 있어서 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와중에 David Gilmour 콘서트가 근처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토일 양일간 하는 공연인데 일요일 저녁은 위치도 LAX 공항 바로 옆인 The Forum이니 완벽하다. 일요일 저녁에 인천공항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타면 LAX에 오후 3시쯤 도착하는 것이다. 맨 뒷쪽의 자리였지만 $90 공연 티켓도 손에 넣었다.


나는 공항에서 차를 렌트해서는 대충 저녁을 때우고 일찌감치 공연장인 The Forum으로 갔다. 여기는 한때 LA 레이커스 농구팀과 LA 킹스 (아이스하키)가 홈구장으로 쓰던 실내체육관인데 지금은 공연장으로 주로 쓰인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까 관객의 대다수는 나처럼 40대인 것 같았고, 간혹 거동도 불편해보이는 노인들도 있다. 핑크플로이드는 적어도 응답하라 1988 이전 세대의 유소년기를 지켜준 밴드였던 것이다. 아무튼 다들 살아남아주어서 고맙다. 8시 정각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낯선 신곡들도 몇몇 연주되었지만 차라리 그게 다행인 것이 예전 Pink Floyd 시절의 명곡들만 계속 흘러나왔다면 내 가슴이 그냥 터져버렸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Wish You Were Here'나 'Shine on You Crazy Diamond'가 불려질 때는 따라부르는 내 얼굴에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앵콜로 예전의 명곡들이 나오니까 끔찍할 지경으로 행복했는데 이런 감정이 실로 십몇년만인가? 'Time'과 'Comfortably Numb'을 따라부르며 다시 내게 이런 흥분은 느껴지지 않을 나이다 싶었는데 역시 돈들여서 오길 잘했다.



David Gilmour Live 2016

Se Hoon Park(@hemacalva)님이 게시한 사진님,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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