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두번째 방콕을 방문하는 것이고, 소위 "방타이"로는 세번째다. 하루 묵는 것이지만 오후에는 시간이 나니까 도대체 사람들이 왜그렇게 방콕에 열광하는지 좀 느껴보고자 했다. 호텔은 Sofitel So Bangkok.

오전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자 십분쯤 지나서 온몸이 비를 맞은듯 땀으로 젖어버렸다. 골프장에 들어서자 질척거리는 버뮤다 잔디도 괜히 맘에 들지 않고, 여기가 동물원인가 싶게 온 사방에 도마뱀이다. 내가 여기서 죽겠구나 싶어서 다시 돌아나와서 카오산으로 갔더니 가게들이 대부분 주말에는 오후 두세시부터 문을 연다고 닫혀있었다. 그냥 이정도면 되었다 자위하며 다시 호텔로.

에어콘이 빵빵한 객실에서 샤워를 하고나니 그제야 좀 살 것만 같다. 주최측의 배려로 레이트체크아웃이 가능하다니까 여기서 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고 그러다가 밤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야겠다. 내 젊은 시절에는 여행을 즐길 여유도 의욕도 없었는데 그래도 호텔 로비에서 오늘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한국 아이들을 보면 참 가상하고 안되어보이고 그런다.

불혹의 나이란 것이 이런 식일까? 애들처럼 돌아다닐 기운도 없지만 그러자면 나잇값을 못한다고 그럴라나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은 밝고, 친절하다. 모든 게 저렴하다. 그냥 멍하니 호텔에만 있어도 행복에 겨운 곳이다. 그래도 비즈니스석으로 와서는 호텔에서 먹고자고 다시 귀국하는 나는 아직 방콕의 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쩌면 남은 평생 아예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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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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