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나 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이념이나 철학이 없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사는 정치,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여론에 달려있기 때문에 발전이나 안전에는 관심이 적다. 문제는 은폐하는 것이고, 성과는 부풀려야 한다. 사기업은 좀 다르지만 어느 조직이나 발전을 꾀한다면 규제보다는 탐욕에 의존하는 편이 낫다. 탐욕이 규제보다 생산적이며, 많은 경우 더 도덕적이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은데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처럼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며 위험을 무릅써야하는 조직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규제와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굴해 그저 나만 괜찮으면 되지 식의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연구도 마찬가지로 오직 명예가 목적이었던 의욕은 점차 더러운 꼴 안보고 조용히 살아야겠다는 식으로 바뀌어간다. 이대로 적당히 때우며 뭉개는 식이 나도 편하고 세상도 좋게 봐준다. 대충 남들만큼만 하면 누구도 나보고 자리 내놓으라고 하지 않으니 설렁설렁 골프나 치러다니다 힘빠지면 아랫사람들 쪼이면서 살면 된다. 학회나 정부부처 회의 등은 나서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떠넘기고 뒤에서 험담이나 하면 좋다. 적어도 나는 부정부패와 거리가 멀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으며, 맡은 일은 꽤 성실히 해왔기 때문.

그러나 이렇게 정체되고 비전문가가 설치는 현장은 분명 잘못되었다. 성과를 내라 연구를 해라 그런 지시는 개인의 탐욕을 절대 넘어서지 못하는 법이다. 조직은 자율과 책임을 규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선에서 멈춰야지 나같은 꼰대를 양산하는 (혹은 안 그렇던 사람을 꼰대로 만들어버리는) 시스템은 미래가 없다. 모처럼의 국제선 이코노미석을 탔는데 늘상 해주던 컴플리멘터리 업그레이드를 해주지 않아서 삐진 김에 풀어보는 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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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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