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과학을 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알량한 지식을 팔아가며 살고 있는데 최근 모 SCI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면서 비용으로 3백만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하게 되니까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과학연구 분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연구자, 스폰서 (또는 정부기관), 소속기관, 학술지 등등이 서로 교묘하게 얽혀서 돌아가는 구조인데 그 속에서 저마다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때문에 큰 잡음이 없다. 나같은 연구자는 기관에 소속된 일종의 세일즈맨이고, 우리는 학문적 이해라는 명분으로 연구비를 사냥한다. 기관은 이름과 소속을 빌려주는 대가로 간접비를 취하고, 연구성과로 이룩된 명예를 연구자와 공유한다. 연구비를 대준 스폰서는 물론 그 결과를 토대로 더 큰 돈을 추구한다. 이렇게 재주넘는 곰들을 넘어선 최종 승자는 내 생각에는 돈 몇푼 들이지 않고 거저 먹는 학술지들이다. 아무튼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각자 이득이 있기에 이런 구조적 모순을 감당한다. 현실은 잔인한 법이어서 연구자인 내가 성공하려면 소속기관의 명성을 등에 업고는 연구비를 따내야 한다. 그리고 성과를 (돈이든 비굴한 문장으로 가득한 커버레터든) 학술지에 어필하여 출판해야만 명성을 얻는 것이다. 논문의 편수와 SCI 점수로 얻어진 내 명성은 물론 방송출연이나 무슨 "명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일반인들은 나를 잘 모르겠지만 학계의 동료들에게서 인정받는 것이어서 더 떳떳하고 뿌듯할 수밖에 없다.
한편, 연구하고 논문쓰는 일에 익숙해지니까 주변에서 공저자 부탁도 가끔 받는다. 부탁받는 일도 있지만 연구업적이 부족해서 고민하는 후배를 보면 안쓰러워서 이름을 넣어주기도 한다. 실은 연구윤리에 반하는 일이지만 여러명 가운데에 한명쯤 추가하는 거야 뭐 어떻겠나 싶게 생각되기도 하고, 순전히 도와주고픈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선의였으니 댓가를 바랄 리야 없지만 몇번 해주다보면 당연한듯이 또 부탁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마치 자기가 진짜로 그 연구를 한 것처럼 나서는 이도 있어 괜한 일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에는 나도 기운이 빠진다. 어차피 이제 새로운 업적을 쌓지 않아도 먹고살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한편, 연구하고 논문쓰는 일에 익숙해지니까 주변에서 공저자 부탁도 가끔 받는다. 부탁받는 일도 있지만 연구업적이 부족해서 고민하는 후배를 보면 안쓰러워서 이름을 넣어주기도 한다. 실은 연구윤리에 반하는 일이지만 여러명 가운데에 한명쯤 추가하는 거야 뭐 어떻겠나 싶게 생각되기도 하고, 순전히 도와주고픈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선의였으니 댓가를 바랄 리야 없지만 몇번 해주다보면 당연한듯이 또 부탁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마치 자기가 진짜로 그 연구를 한 것처럼 나서는 이도 있어 괜한 일로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에는 나도 기운이 빠진다. 어차피 이제 새로운 업적을 쌓지 않아도 먹고살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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