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너댓번씩은 미국에 가는데 차량이 기다리는 회의가 아니라면 보통 공항 근방에서 차를 렌트해서 다닌다. 어차피 차가 없으면 행동반경이 제한되는 미국이고, 미국 면허증이 아직 살아있으니 수속도 간단하다. 웃기는 것이, 같은 차종을 빌리더라도 공항에서 빌려야지 어쩌다가 시내의 호텔에서 빌리게되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진다. 산타페 정도를 공항에서 빌리면 (회사마다 가격차이가 좀 있지만) 하루에 40불 미만인데 시내에서는 백불이 넘어간다. 어차피 공항에서 빌려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공항으로 반납하는 편이 편리하기 때문에 굳이 호텔에서 빌릴 이유도 없다. 나는 현대나 기아의 차가 있으면 무조건 그걸로 하는데 별다른 이유보다는 트렁크에 골프백이 가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훨씬 더 큰 미국차를 빌리면 트렁크가 아무리 넓더라도 골프채가 잘 실리지 않는다. 공항에 내리면 우리나라처럼 손쉽게 차량을 인도받을 수는 없고 일단 셔틀버스나 기차를 타고 렌트카 사무실까지 가야하는 것이 좀 애로사항이다. 무거운 짐을 옮겨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엔터프라이즈 (Enterprise) 렌트카만을 이용했었는데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고 미국에 살던 당시에 집 근처에 이 회사의 사무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규모 렌트카로는 Hertz, Avis, National 등에 비해 확실히 저렴했다. 허츠가 단연 독보적으로 비싸고, 에이비스나 내셔널보다는 엔터프라이즈가 약간이라도 싸다. 더 저렴한 회사도 많지만 거의 모든 미국의 공항에서는 위의 브랜드 렌트카를 빌릴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이 싼 탓인지 엔터프라이즈는 공항에서 더 멀다. 특히 여러 업체가 함께 렌트카 센터를 운영하는 경우 셔틀버스나 트레인이 내리는 장소에서 엔터프라이즈가 가장 멀리 위치하고 있다. 땀에 젖게 가방을 매고 엔터프라이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걷노라면 셔틀이 내린 바로 앞에 위치한 허트나 에이비스를 부러워하게 된다. 아무튼 에이비스에 회원가입을 하고 (허츠는 아무래도 너무 비싸다) 2월초 샌프란시스코 일정으로 차를 예약했다. 한가지 걱정은, 에이비스에는 주로 미국차만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현대차가 없을 수도 있단다.


WRITTEN BY
h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