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ger Waters

카테고리 없음 2018. 5. 6. 08:29
80년대 초반에 Pink Floyd가 해체했으나 이후 David Gilmour가 다른 멤버들과 핑크 플로이드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지속했으니 사실 이 그룹은 해체한 적이 없는 셈이다. 나간 사람은 오직 Roger Waters 혼자였던 것이고, 사실 나머지 멤버들을 그저 들러리였다라고 하기에는 워낙 쟁쟁하고 능력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우리가 기억하는 (내지는 좋아했던) 핑크 플로이드는 로저 워터스의 밴드였고, 그가 빠진 이후의 앨범들은 애착이 가지 않았다. 한편, 로저 워터스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꾸준히 멋진 앨범들을 냈고, 핑크 플로이드 시절의 곡들로 채워진 공연을 지금껏 해오고 있는데 2002년에 월드컵을 계기로 잠실 종합운동장을 찾은 적도 있다.

정확히 2년전인 2016년 3월에 나는 미국 LA에서 David Gilmour 콘서트를 보았는데 당시 밴드의 이름은 어쩐 이유인지 핑크 플로이드가 아니라 데이빗 길모어였다. 나는 그의 목소리로 터져나오는 'Comfortably Numb'이나 'Shine on You Crazy Diamond'를 무척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이빗 길모어는 블루스에 기반한 기타리스트라서 내 기억속의 핑크 플로이드와는 거리가 있다. 요컨데 흥겹고 밝은 사운드였다.



이제 이들은 팔순이 가까운 노인네들이고, 초기 멤버들 중에서 살아있는 이가 데이빗 길모어와 로저 워터스 두명 뿐이다. 이제 그만 합쳐도 좋으련만 각자 자기의 이름을 내걸고 공연에 열심인 상태이고, 양쪽 공연의 레퍼토리는 비슷하게 핑크 플로이드 시절의 곡을 연주한다. 이번에 체코 프라하에서 "Us and Them" 투어라고 이틀간의 공연이 잡힌 것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는데 공연장인 O2 아레나는 프라하 시내에서도 약간 외곽인 아이스하키 경기장이어서 호텔도 바로 앞의 허름한 곳으로 잡았다. 티켓에 새겨진 아티스트의 이름은 "Pink Floyd's Roger Waters"로 되어 있었다.

LA에서의 데이빗 길모어 공연과는 약간 다르게 객석이 중간중간 비어있었고, 관객들도 차분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아는, 너무너무 좋아하는 노래들. "Pros and Cons of Hitch-hiking" 시절이 없어 아쉬웠지만 역시 내가 아는 핑크 플로이드는 로저 워터스의 밴드였다. 객석 중간에서 솟아오른 공장이나 공연장 위를 떠도는 돼지 모형까지 그간 dvd나 유튜브로 시청했던 그의 공연 그대로였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파트 1-3이 연속으로 나올 때는 거의 울 것만 같았다.


희안하게도 공연장 내부에는 티셔츠나 머천다이즈를 파는 부스가 없었고 오직 음식만 팔더라. 끝나고 나오니까 어두운 광장 구석에서 핑크 플로이드 음반과 티셔츠를 파는 이들이 있어서 Discovery 박스셋을 구입. CD 14장이 들었는데도 놀랄만큼 가격이 저렴했는데 짝퉁이 아닐까 싶었어도 이 가격이면 샀다가 버려도 되겠다 싶어서 구입했는데 박스가 약간 조잡해보이는 것 말고는 (진품을 본 적이 없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불가. 더 많이 사와서 나눠줄 걸, 티셔츠도 좀 사올 것을 하며 후회중이다.




WRITTEN BY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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