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번째로 방문하는 아테네인데 첫번째는 20년쯤 전에, 도착해서 학회에서 졸다가 저녁먹고 자고, 다음날 귀국했기 때문에 공항과 호텔밖에는 본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목요일 자정쯤에 도착해서는 금요일 종일 회의를 하고, 다음날 귀국하는 일정인데 뭔가 나도 노련해져서 금요일 한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어보았다. 골프장에 가볼까 검색했으나 아테네 인근에는 골프장이 달랑 하나라고 하며, 그래도 세계문화유산 1번으로 꼽히는 신전과 아크로폴리스는 눈에 담고가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로마를 경유, 드디어 도착한 노보텔 아테네 호텔은 대표적인 우밤지대인 Omonia 인근에 있는 것을 빼면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유럽 호텔이었다. 작은 방에 건조한 실내. 다음날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선 호텔 주변은 번화가임에도 확실히 못사는 티가 난다.


아침에는 좀 쌀쌀했으나 이내 따뜻해졌다. 택시는 관광지 주변에 모여있다가 손님이 다가서면 흥정으로 바가지 씌우려는 이들은 빼면 미터기를 켜고 주행했고, 가격도 저렴. 어차피 여기서는 산티그마 광장을 중심으로 아크로폴리스 구경밖에는 없는데 입장료 10 유로를 내면 한시간 정도 유적지 내부를 걸을 수 있다. 로마나 비엔나, 파리 등을 본 사람이라면 그저 돌무더기의 집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사실 대단한 감흥은 없다. 내가 새로운 감동을 접하기에는 이미 메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언덕을 걸어내려와 모나스트라키에서 식사를 하면 대충 아테네를 본 셈인데 수박 겉핥기 여행객에게는 나쁘지 않았지만 굳이 찾아올 목적지는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갈때는 대한항공, 올때는 알리탈리아를 탔는데 이제 외국 항공사들의 서비스도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좁고 지저분한 기체에 그저 내 할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승무원들, 특히 외항사 한국인 승무원들의 무례함은 십몇년전에 에어프랑스나 델타에서 받았던 인상인데 이번 알리탈리아에서 다시 느꼈다. 이래저래 나는 대한항공의 고객으로 살 팔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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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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