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내에도 juul이 정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접해본 이들이 많을 것인데 이 시스템의 장점을 마치 usb처럼 생겨서 예쁜 기기, 또는 액상을 리필할 필요가 없이 팟을 꼽아서 피우다가 버리면 되는 손쉬움 등으로 얘기한다면 완전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제품이 갖는 최고의 강점은 니코틴 솔트를 쓴다는 것이고, 그 덕택에 연초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니코틴 솔트 (또는 솔트닉)를 처음 개발한 회사가 바로 juul을 만드는 pax 랩이며, 결국 자기네가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니코틴 원액을 팔아먹기 위해서 csv라는 개념의 기계를 만든 것이다.


니코틴 솔트는 그러나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담뱃잎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원래부터 솔트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솔트 (염)라는 개념은 화학공부를 한 지도 십수년이 지나서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천연 상태의 니코틴은 솔트라서 약염기를 띄며, 매우 안정적이라서 기화되거나 체내에 흡수되기 어려운 성질을 갖는다. 앞서 언급했지만 필립모리스가 60년대에 개발한 기법이 니코틴을 가공하여 보다 체내에 잘 흡수되는 형태로 바꿔주는 것인데 그렇게 만들어진 니코틴을 프리베이스 (freebase) 니코틴이라고 부르고, 담배에 첨가되거나 기존의 전자담배에 넣는 액상이 다 이 형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니코틴 솔트는 실은 담배에서 추출한 순수한 니코틴이고, 프리베이스가 가공을 거친 제품인 셈이다. 니코틴을 프리베이스로 가공해서 그동안 이용했던 오직 한가지 이유는 본해의 니코틴 솔트는 기화가 어렵고, 따라서 체내에 흡수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전자담배의 원리가 액체 니코틴에 열을 가해서 기체를 들이마시는 것이니 이 용도로는 프리베이스가 적합했다. 프리베이스의 단점은 니코틴의 농도를 높이면 불쾌해진다는 것인데 따라서 저용량이 될 수밖에 없었고, 중독자가 요구하는 체내 농도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Pax 랩의 창업자들은 단순히 니코틴을 기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담배를 피운다는 행위에 보다 집중하기로 했다. 들이마시는 즉시 체내의 니코틴 농도를 빠르게 상승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목이 아프다거나 불쾌한 느낌이 없어야 했다.


Pax 랩에서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기화가 어려운) 니코틴 솔트를 전자담배용으로 개발한 방법은 솔트를 벤조산 (benzoic acid)으로 녹인 것이다. 벤조산에 의해 니코틴 솔트가 보다 낮은 온도에서 기화되게 되었으며, 니코틴의 pH를 낮춰서 목넘김이 부드러워지면서 동시에 체내흡수가 프리베이스 수준으로 좋아지게 되었다. 그 결과로 50 mg 정도의 고농도 (미국에서 팔리는 5% 쥴팟) 니코틴 솔트를 낮은 온도로 기화시켜서 들이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정도 양이면 연초를 피우는 수준의 니코틴 체내흡수와 비슷해진다고 한다 (흡연보다 기화 니코틴의 용량이 더 필요한 것은 기체에 포함된 니코틴 입자의 크기가 달라서라고 함).

니코틴 솔트가 프리베이스 니코틴과 다른 특징을 정리하자면, 고농도로 만들더라도 불쾌감이 적다는 점과 (벤조산에 녹인 덕택에) 저전력 기기로도 쉽게 기화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juul이 탄생하는 근거가 되었다 (벤조산은 안식향산나트륨이라는 명칭으로 식품의 방부제로 널리 이용되는 화합물인데 유해성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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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중독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으나 유전적인 이유와 니코틴이 주가 되고, 기타 소소한 것들이 있다. 나처럼 수없이 금연에 실패했던 사람은 결국 (유전적인 이유로) 담배를 끊기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니코틴을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그리고 가급적 담배를 태워서 연기를 들이마신다는 행위에 가까운 대안을 찾아야할 것이다.


니코틴 패치나 껌같은 금연보조제는 혈중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줄 수 있지만 그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일정한 양의 니코틴이 아니라 흡입과 동시에 많은 양이 빠르게 뇌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담배를 불로 태우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타르 등의 발암물질이 함께 들어올 뿐만 아니라 분진이나 기타 화학물질이 폐로 들어가게 되어 폐기능에 장애가 생긴다는 것. 기왕에 끊을 수 없다면 그나마 안전한 방법을 찾겠다는 시도로 나온 것이 위의 사진에서와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처음 개발된 시기가 2003년이라는데 (중국에서 처음 출시함) 비슷한 시기에 나도 기기와 니코틴을 구해서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을 베이스라 불리는 액체에 혼합해서 고열로 액화시켜 들이마신다는 개념인데 베이스는 PG (propylene glycol)과 VG (vegetable glycerin)이 적당한 비율로 섞인 것이다. 여기에 맛을 위한 향료를 첨가한다. 베이스가 필요한 이유는 그냥 니코틴 기체는 아무런 자극도 형체도 없기 때문에 수증기를 만들어내고 (VG의 역할), 기체가 목을 넘어갈 때의 타격감 (PG의 역할)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이다.


위에서 니코틴 말고도 담배에 중독되는 소소한 이유가 더 있다고 했는데 바로 독한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뱉는 행위를 패치나 니코틴껌은 대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역할을 PG와 VG가 혼합된 베이스가 흉내내준다. 그런데 액상 니코틴의 문제는, 위의 그래프에서 "Typical E-vapour"로 표시된 것처럼 고농도의 니코틴 흡수가 여전히 어렵다는 것에 있다. 니코틴 농도를 무작정 높이면 너무 독해서 피울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에 니코틴을 가공하여 산도를 조절하면 (pH를 낮추면) 느낌이 달라지게 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필립모리스가 60년대에 개발하여 말보로 담배에 처음 적용했던 것으로 이 회사가 담배시장을 장악하는 계기가 된다.



아무튼 일반적인 니코틴 액상을 기화시켜서 들이마시는 식의 전자담배는 연초를 완전히 대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솔트 니코틴을 적용한) juul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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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두번째로 방문하는 아테네인데 첫번째는 20년쯤 전에, 도착해서 학회에서 졸다가 저녁먹고 자고, 다음날 귀국했기 때문에 공항과 호텔밖에는 본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목요일 자정쯤에 도착해서는 금요일 종일 회의를 하고, 다음날 귀국하는 일정인데 뭔가 나도 노련해져서 금요일 한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어보았다. 골프장에 가볼까 검색했으나 아테네 인근에는 골프장이 달랑 하나라고 하며, 그래도 세계문화유산 1번으로 꼽히는 신전과 아크로폴리스는 눈에 담고가야하지 않겠나 싶었다. 로마를 경유, 드디어 도착한 노보텔 아테네 호텔은 대표적인 우밤지대인 Omonia 인근에 있는 것을 빼면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유럽 호텔이었다. 작은 방에 건조한 실내. 다음날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선 호텔 주변은 번화가임에도 확실히 못사는 티가 난다.


아침에는 좀 쌀쌀했으나 이내 따뜻해졌다. 택시는 관광지 주변에 모여있다가 손님이 다가서면 흥정으로 바가지 씌우려는 이들은 빼면 미터기를 켜고 주행했고, 가격도 저렴. 어차피 여기서는 산티그마 광장을 중심으로 아크로폴리스 구경밖에는 없는데 입장료 10 유로를 내면 한시간 정도 유적지 내부를 걸을 수 있다. 로마나 비엔나, 파리 등을 본 사람이라면 그저 돌무더기의 집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사실 대단한 감흥은 없다. 내가 새로운 감동을 접하기에는 이미 메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언덕을 걸어내려와 모나스트라키에서 식사를 하면 대충 아테네를 본 셈인데 수박 겉핥기 여행객에게는 나쁘지 않았지만 굳이 찾아올 목적지는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갈때는 대한항공, 올때는 알리탈리아를 탔는데 이제 외국 항공사들의 서비스도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던 것이 와르르 무너졌다. 좁고 지저분한 기체에 그저 내 할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승무원들, 특히 외항사 한국인 승무원들의 무례함은 십몇년전에 에어프랑스나 델타에서 받았던 인상인데 이번 알리탈리아에서 다시 느꼈다. 이래저래 나는 대한항공의 고객으로 살 팔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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